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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출국이라더니…" 美 국토안보 장관, 韓 기업인들 '추방' 못 박았다

2025.09.09. 오전 11:37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직원 대규모 구금 사태가 한미 양국 간의 미묘한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구금된 인원들을 '자진출국'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태로 조기 석방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미국 이민 정책의 수장인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직접 '추방(deport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추방'은 향후 미국 재입국이 장기간 금지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이 따르는 중징계이기에, 장관 발언의 진의를 둘러싸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발언은 현지시간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국토안보장관 회의에서 나왔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deported)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 나라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은 구금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며, 구금된 인원 중 일부는 단순 체류 시한 위반을 넘어선 범죄 행위에 연루되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추방'이 아닌 '자진출국' 형태로 석방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놈 장관이 '자진출국'을 포괄적인 의미에서 '추방'으로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 정부와의 합의를 뒤집고 강경한 법 집행을 예고한 것인지 의도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당시 단속에서 체포된 475명 중 한국인이 300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놈 장관의 발언이 반드시 한국인만을 특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하지만 놈 장관은 이번 사태를 "모든 기업이 미국에 올 때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는 훌륭한 기회"라고 규정하며, 이번 일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이번 단속이 향후 미국에 진출하려는 모든 외국 기업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은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59.2%)이 '지나친 조치로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응답했다.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한다'는 응답은 30.7%에 그쳤다. 특히 이념 성향별로 진보층(73.7%)과 중도층(65.4%)에서는 실망감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보수층에서는 '이해한다'는 응답(53.9%)이 더 많아 국내에서도 이 사안을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에서 과반이 '실망했다'고 답해, 이번 사태가 동맹국인 미국을 향한 한국민의 신뢰에 상당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음이 수치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