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회

시내버스 파업 대혼란..서울 '유보'·창원 '스톱'·부산 '합의'

2025.05.28. 오후 03:26
 28일, 경남 창원과 서울, 부산, 울산 등 전국 주요 도시의 시내버스 노조들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일제히 파업을 예고했지만, 실제 파업은 지역마다 엇갈린 양상을 보이며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특히 창원에서는 전체 시내버스의 95%가 멈춰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서울과 울산은 극적으로 파업을 유보했다. 부산은 파업 직전 협상이 타결돼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경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 씨(43)는 “파업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지만, 버스를 40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아 결국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실제로 창원시의 14개 시내버스 회사 중 9개 준공영제 업체가 이날 오전 5시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하면서 대중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번 시내버스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주요 쟁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27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8일 첫차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사전 예고했으며, 실제로 창원과 일부 지역에서 파업이 강행됐다.

 

창원에서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주관으로 노사가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이날 오전 3시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통상임금 반영뿐만 아니라 임금 8.2% 인상,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반면 서울과 울산에서는 파업이 유보되며 최악의 교통 대란은 피할 수 있었다. 서울시내버스노조는 이날 오전 2시 용산구 노조 사무실에서 지부장 총회를 열고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총 63명의 재적인원 중 49명이 유보에 찬성했으며, 11명이 찬성, 3명이 기권했다. 서울 노조는 앞서 오후 3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날 오전 0시경 협상이 결렬됐고, 파업 돌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서울 노조는 실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 강행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법적 대응에 주력하기로 했다. 동아운수의 통상임금 관련 항소심 판결이 임박한 만큼 그 결과가 향후 협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조는 “현 시점에서 파업을 강행해도 서울시와 사업주 측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소송과 고용노동부 진정을 통해 권리 구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도 교섭 마감 시한을 연장하며 파업을 보류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극적으로 임금 협상이 타결돼 파업이 종료됐다. 부산 노사는 성과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기사들의 총임금은 약 10.48%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국 최초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의 임단협 타결 사례로, 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는 파업이 유보되면서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시민 불편이 최소화된 점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돌발 상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했던 비상수송대책도 전면 취소했다.

 

한편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반영과 동시에 노조의 8.2%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 전체 인건비가 최대 25% 증가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통상임금은 법원에서 인정한 정당한 권리이며, 더 이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조속히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인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향후 정권 교체 이후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새 정부가 구성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체불임금 지급이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정치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내버스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해석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 한, 향후 노사 충돌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